#2_Chore Jacket_기우고 깁다.


쇼룸 한켠의 낡은 자켓이 소중한 이유는 그만치 많은 날을 깁고 기우면서 버텼음에도 점잖고 자유로워 보이기때문이다. 너무 감상적인 평이긴하나 이 말 외의 간결한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목적과 기능에도 충실하고 곁들여 멋과 분위기도 흘러넘치는 옷이 많지 않기도 하고 있다면 무지막지하게 비싸니까.  그 옷이 지나온 세월이 만든 이 네박자의 소박한 조화가 부럽고 존경스럽다.  

얼마전 수선의뢰가 들어온 13번 슬립드레스는 뒷쪽 트임부근 원단이 찢어져 있었다. 손님이 수선집에 갔다 거절당하고 조심스럽게 매장에 찾아왔다. 옷에 수선한 상처가 생겨도 되니 옷을 꼭 고쳐서 입고싶다는 말과 함께. 수선의뢰가 가끔 이렇게 들어오는데 그럴때면 반갑다. 고칠일이 없는 것이 가장 좋은것이겠지만 메이커의 입장에서는 수선이라는 일이 곁을 떠난 옷의 근황을 확인하는 기분이다. 그리곤 고치려고 옷을 매만지면 특유의 원단이 부드러워진 느낌이 좋다. 많이 입고 사용해서 빳빳했던 원단이 숨을 죽이고 주인의 시간에 맞춰진 느낌. 여하튼 원단이 찢어진 경우엔 박음질을 촘촘히 해서 매꾸거나 원단을 아예 작게 덧대는데 그렇게 고치고보니 뭔가 옷에 큰 상처가 생긴것 같아  영 마음이 불편했다. 일단 원래의 디자인에서 벗어나지 않는 방법을 생각하다가 면스트랩을 덧대어 기웠다. 


최근 작업중인 우리만의 초어자켓은 이렇게 고치고 기워 입은 흔적,  시간에 따른 사용감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초어 혹은 워크라는 단어에서처럼 노동자들이 그 목적에 충실하기위해 움직이고 활동하기 쉬운 형태로 왜곡된듯한 패턴, 팔을 많이 구부려서 늘어나고 휘어진 슬리브, 조각조각의 원단이 옷에 덧대지는 과정에서 생기는 바느질과 그에 의한 조밀한 볼륨감과 주름.  이런 실용과 필요에 의한 디테일들이 굉장히 매력적이라 생각한다.  

아래의 초어자켓은 가봉단계로 9월에 출시를 앞두고 있다. 가봉이지만 최종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다른 색상의 원단으로도 추가가 될 예정이다. 아무래도 프렌치 초어 자켓의 상징적인 컬러인 블루가 기본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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